날짜2023-12-14
제목대림절 기도문/ 두번째 주간/목2023-12-14 10:11
성경본문
작성자 Level 10

 

12월의 촛불 기도/ 이해인 수녀

 

향기 나는 소나무를 엮어

둥근 관을 만들고

4개의 초를 준비하는 12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우리 함께 촛불을 밝혀야지요? 


그리운 벗님

해마다 12월 한 달은 4주 동안

4개의 촛불을 차례로 켜고

날마다 새롭게 기다림을 배우는

한 자루의 촛불이 되어 기도합니다


첫 번째는 감사의 촛불을 켭니다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억울했던 일, 노여웠던 일들을

힘들었지만 모두 받아들이고 모두 견뎌왔음을

그리고 이젠 모든 것을 오히려 '유익한 체험' 으로

다시 알아듣게 됨을 감사드리면서

촛불 속에 환히 웃는 저를 봅니다

비행기 테러로 폭파된 한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뛰어나오며

행인들에게 소리치던 어느 생존자의 간절한 외침

"여러분 이렇게 살아 있음을 감사하세요!" 하는

그 젖은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두 번째는 참회의 촛불을 켭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 못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합니다

말로만 기도하고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거나

일상의 삶 자체를 기도로 승화시키지 못한

저의 게으름과 불충실을 부끄러워합니다

늘상 섬김과 나눔의 삶을 부르짖으면서도

하찮은 일에서조차 고집을 꺽지 않으며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날들을

뉘우치고 뉘우치면서

촛불 속에 녹아 흐르는

저의 눈물을 봅니다


세 번째는 평화의 촛불을 켭니다

세계의 평화

나라의 평화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촛불을 켜면

이 세상 사람들이 가까운 촛불로 펄럭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선과 온유함으로 사람을 대하는

평화의 길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촛불 속에 빛을 내는

저의 단단한 꿈을 봅니다


네 번째는 희망의 촛불을 켭니다

한 해가 왜 이리 빠를까?

한숨을 쉬다가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네

반가워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힘찬 목소리로 부르렵니다


겸손히 불러야만 오는 희망

꾸준히 갈고 닦아야만 선물이 되는 희망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촛불 속에 춤추는 저를 봅니다


사랑하는 벗님

성서를 읽으며 기도하고 싶을 때

좋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마음을 가다듬고 촛불을 켜세요

하느님과 이웃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은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힘들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촛불 속으로 열리는 빛을 따라

변함없이 따스한 우정을 나누며

또 한 해를 보낸 길에서

또 한 해의 길을 달려갈 준비를

우리 함께 해야겠지요

 


 

빛으로 오신 하나님,

몸을 태워 빛을 내는 초처럼 모든 것을 내어 주시면서 저희의 빛이 되심을 감사합니다. 내 안에 그리스도의 빛이 있는지 겸허히 생각해 봅니다. 주님의 빛을 반사하는 빛의 삶을 살아내게 하옵소서. 전쟁의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신음소리로 세상이 더 어둡습니다.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작은 빛일지라도 그 영향력은 오히려 클 것입니다. 대림절기에 다시 빛의 사람으로 새로워지게 하시사, 미약하지만 저희를 통해 주님의 빛되심이 드러나게 하옵소서. 곳곳에 있는 CMF 지체들을 기억하옵소서. 한국누가회가 온전한 공동체로 굳건해지게 하옵소서. 한국누가회 선교부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가 빛나게 하옵소서. 선교지에서의 헌신이 큰 빛이 되어 세상을 변혁하는 하나님의 역사가 되게 하옵소서.

생명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대림절 두 번째 주간/ 목요일 아침에>


- 대림절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분주하게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 여전히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더 긴밀히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짧은 기도문으로 우리의 삶의 자세를 겸허히 낮추고 우리 안에 오신 하나님 앞에 머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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