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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로부터 온 소식(한상혁 누가)
Level 8   조회수 22
2020-03-02 11:37:18

(읽으며 중보기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보의 3년차 한상혁입니다.

2월 26일~3월 10일 대구 파견나와, 대구 보건소 중 한 곳에서 근무 중입니다.


근무 내용은 신천지 분들의 검체채취를 담당하고 있으며,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는 예약자에 한하여 검체채취를 시행하거나

자택을 직접 방문하여 검체채취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며칠 근무하면서 느낀점들을 간략하게 나누고자 합니다.


1. 보건소 시스템


현재 저희는 보건소장님이 공석인 가운데, 기존 보건소 직원분들이 각 지역에서 갑자기 파견된 공무원/공보의/군인(방문시 운전 담당)과 협업하여 근무 중입니다.

상황을 지휘할 수 있는 의료인이 전무한 상태에서 실전 경험이 없는 공보의 선생님들과 컨타의 개념을 처음 접하시는 공무원 주무관님들만으로 꾸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마스크로 코를 가려야 하는지 모르고 하루를 일하셨다는 파견나온 주무관님도 계시고, Drive Thru를 도입하면서 Walk Thru도 같이 시행하자는 중간 직급 주무관님도 계시고..)

의료적 지식이 없음에도 자문도 받지 않은 채로 일을 시작하고, 공보의 선생님들이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조금씩 개선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위태로워 보일 때가 많습니다.


2. 인력 활용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활용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채 일단 급하게 데려오고 나서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 보니, 이미 존재하는 인력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추가적인 인력을 늘리기 보다는 중증 환자를 돌볼 전문인력 확보 및 재배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3. 검사 대상자...


대구모임에 참여한 신천지 분들이 2월 16일 기준으로 2주가 지나는 3월 2일(내일)이 자가격리 해제 시점이었는데, 오늘까지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경우 자가격리 해제를 3월 6일로 연장하였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젊고 건강한 20대 무증상자일지라도 신천지인 분들은 저희가 방문까지 해가며 최우선적으로 검사하고 있으며, 유증상자이더라도 밀접 접촉자나 신천지가 아니라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검체 채취를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검사인지 생각이 들곤 합니다..


4. 자가격리


검체 채취를 위한 방문을 위하여 연락을 드리면, 지금은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미 자가격리를 하고 계실텐데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지 항상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한 검사 대상자는 집에서 확진자 남편의 병간호를 해주면서 같이 살고 계셨습니다. 지금 음성이 나온다고.. 괜찮을까 싶었습니다.

검사하러 갔는데 우리 아들/딸은 신천지 절대 아닌데 왜 오셨냐고 물으시는 부모님들을 종종 봅니다. 또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싶다며 집밖으로 나와서 조용히 검사하고 들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우려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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